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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아르피아, 도둑잡기에 대한 평가

박 사서 2023. 9. 16. 11:30

 

지난번에 탭탑과 클저와 포켓몬 시리즈와 터닝메카드 세계관을 정식으로 평가했듯 이번엔 아르피아와 도둑잡기를 한꺼번에 평가하겠다. 

이번에도 소재, 캐디, 스토리, 디테일, 팔거리를 모두 따로 다룰 것이지만 아르피아의 세계관을 만들어낸 아스티넬과 아비스 대모험까지 평가하진 않겠다. 

물론 아스티넬의 소재와 아르피아의 소재를 동일시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말 딱 이 두 작품만 평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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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3세의 왕궁이 있는 곳은 물론 무함마드 알리 4세의 왕궁이 있는 곳까지 왕국 그 자체 취급하는 등 데런 왕국 영토와 아수리아 왕국 영토를 너무 미묘하게 묘사하기도, 제목을 주인공 학교의 진짜 풀네임인 아르피아 마법학교라 지었으면 좋았겠단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금단의 문 바깥에 있을 만한 건 거의 다 만들었다. 

마법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 아르피아, 특정 마법사들의 고향인 각 마을, 화룡점정으로 마법사의 도시까지. 

 

NPC들이랑 몬스터들을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지만 화풍도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 중에선 최상급이다. 

디자인 우려먹기를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NPC들 디자인, 몬스터들 디자인은 물론 모델링도 잘했다. 

그래도 거슬리는 디자인이라면 몬스터 자체가 여왕거미 뺨치게 강한 크리스탈거미 정도. 

 

파고들 컨텐츠도 나름 풍부했다. 

기숙사에 있는 캐릭터 방을 가구점서 사들인 가구로 꾸밀 수 있었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마법도구점서 코스튬을 사들여서 할 수 있었다. 

아이템장터에서 특정 아이템을 팔 수도, 펫 상점에서 사들일 수도 있는 펫을 전투에 적극적으로 써먹을 수도 있었다. 

특히 펫이 아르피아 세계관에 잘 녹아들었다.

펫들도 대부분 NPC 못지않게 강한 녀석이고 스토리에도 몇 번 등장하는 과정서 원래 야생동물이었단 설정을 갖추기도 했다. 

콜로세움에선 타 유저나 몬스터와 싸우기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 게임도 섭종에 묻혀서 그렇지 용두사미다. 

그 엔딩 아닌 엔딩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는 게 스토리 전개도 진작부터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졸업하는 에피소드는커녕 기말고사 에피소드도 안 넣었고, 금단의 문도 두 개밖에 안 열었다. 

금단의 문은 애초에 너무 많이 만든 거기도 하지만. 

이렇듯 쓸데없이 방대한 세계관에 비해 느린 스토리 전개와 반대로 주인공 보정은 괴랄하기 짝이 없다. 

처음으로 주인공 혼자서 헝거를 이긴 것도 쟈칼의 오줌을 활용해서 싸우기 이전이다. 

중간고사를 본 직후엔 헝거와 함께 덤빈 샤이아까지(!!) 혼자 힘으로 이겼다. 

 

물론 여기엔 중간고사 같은 메인퀘가 아닌 서브퀘로 하게 만든 승급도 큰 영향을 끼쳤다. 

초보 마법사 승급은 물론 숙련 마법사 승급도, 마도사 승급도 중간고사 에피소드 이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초보 마법사가 견습 마법사보다 낮았어야 된단 느낌도 있고. 
강한 마법을 고급반에서만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고급반 교사들에게서 유일하게 고급 마법을 가르쳐주는 NPC 이미지를 빼버렸다 하겠다. 

캐릭터 비중 배분도 잘 된 편은 아니다. 

특히 미저리는 아르피아의 여학생들 중 유일하게 다이어트 물약 에피소드에 안 나왔다. 

그 소피아까지 망가뜨려가면서 써먹을 기회를 날려버린 셈. 

그 중간고사처럼 장편인 에피소드들까지 망라한 스토리를 각 화로 나눈 것도, 그 각 화를 메인미션이라 부른 것도 어설픈 연출이다. 

버닝, 프로즌, 더스트 등이 더 강력한 마법인데도 불꽃 마법 중 제일 강한 스킬과 대지 마법 중 가장 강한 스킬이 각각 파이어 드래곤, 스톤 트랩이고 주인공이 아이작과 함께 알바했을 땐 카이와 다킬을 몰라보는 등 아르피아 특유의 고증오류와 설정오류 역시 만만찮게 보였지만 아르피아의 최대 비판요소는 제시해놓고 써먹진 않은 설정들이 부지기수라는 것. 

그나마 잘 써먹은 마우스 웨일이 칼라마 사막 남쪽에 있는 것도 뜬금없지만 아기 얼음용의 성체인 아이스 드래곤, 다리 물고기, 하이에나, 해파리처럼 홈피에만 제시된 몬스터들은 물론 대마왕의 성, 폭풍의 계곡성, 지하궁전 크노스, 용의 계곡, 펠리오 왕국, 크리스탈 왕국도 인게임서 볼 수 없어온 설정이다. 

특히 대마왕의 성처럼 언급만 된 곳들엔 곧 갈 거란 분위기까지 내고도 끝내 안 갔으니 말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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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목을 도둑VS경찰로 지었으면 좋았겠단 아쉬움을 남긴 작품. 

그럼에도 도둑잡기 역시 참신한 소재를 갖춘 보드게임이다. 

보석을 놓고 경찰과 도둑들이 싸우는 보드게임이 이거 이전에 몇 가지나 됐겠나. 

아니, 쫓는 팀과 쫒기는 팀이 나뉘어있는 보드게임도 드물어왔을 것이다. 

경찰들과 도둑들 자체도 잘 그린 편은 아니지만 거슬릴 정도 역시 아니다. 

파고들거리는 애초에 딱히 없고. 

 

도둑잡기를 만든 이들이 못 만든 요소는 역시 스토리. 

혹자는 보석을 놓고 경찰과 도둑들이 싸우는 보드게임이 이거 이전에 몇 가지나 됐겠냐면서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도둑들의 목표인 보석이 한 개면 말이다. 

경찰은 못 들어가는 아지트에 보석이 운반된 시점서 경찰들이 진 것과 다르지 않음에도 도둑들이 훔쳐야 되는 보석을 두 개나 만들어버렸다. 

이게 거슬려서라도 할 마음이 나지 않을 지경이다. 

속임수를 못 두는 갈림길도 있고 엄연히 경찰 편인 각 건물에 경찰이 들어가지도 못한다. 

잊은 물건이 생각났다, 밥 먹을 시간 등 별 시답잖은 명분으로 아지트나 감옥으로 소환해버리는 칸도 몇 군데 있고 체포된 이후에도 계속 주사위를 던져 1을 보면 탈출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칙도, 도둑이 갇혀있는 감옥에 다른 도둑이 찾아오면 그 갇혀있던 도둑과 함께 바로 아지트로 소환된다는 규칙도 뜬금없다. 

보석을 훔친 뒤에도 자력으로 아지트에 가야 되듯 탈옥한 뒤에도 자력으로 아지트에 가야 되는 것 아닌가?